[결합남자 번역] Fragments from Dusk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말(4)
【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七- 浮石三宙の空言(4)
【최신화】 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말(4)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7/misora-fragments4.html
전편 「단장-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발(3)」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172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우키이시 군. 미나모토 군이 불러."
"뭐?"
어느 날의 쉬는 시간. 교실에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미소라는 고개를 들었다. 교실 뒤쪽 출입구에 굳은 얼굴을 한 사쿠가 서있었다.
무시해도 좋았겠지만 탐색하듯 쳐다보는 동급생의 시선이 성가셔 미소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지금, 잠깐 괜찮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미소라가 끄덕이자 사쿠는 바로 뒤를 돌아가 버린다. 따라오라는 거겠지. 그에 따르는 것도 거슬렸지만 그보다 어딘가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사쿠는 인적 없는 곳에 미소라를 데리고 와서야 걸음을 멈췄다. 미소라에게 등을 돌린 채 오르락 내리는 어깨를 보니, 크게 심호흡을 한 모양이다.
"──나한테는 지헌관 적성이 없나 봐."
"뭐?"
잘못 들은 걸까. 적성이 있다, 가 아니라?
사쿠는 결심한 듯 미소라를 돌아본다. 참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사쿠는 제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나는 지헌관이 될 수 없어."
"왜…… 아니, 간이검사 때는."
"모르겠어. 하지만 방위본부에서 받은 적성검사에서 지헌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어."
"정말?"
무심코 되물은 미소라에게 사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미소라가 간이검사 때 말했던 방위본부 직원은 간이검사에서도 틀리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더군다나 사쿠는 미나모토 가문의 핏줄이다. 간이검사 결과가 잘못됐다니,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소라는 순간적으로 입가를 감춘다. 피식,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다행히 눈을 내리깔고 있던 사쿠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지,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할 거야?"
지헌관이 되서 형과 함께 방위본부에서 일하는 건 사쿠의 최대 꿈이다. 그 꿈을 빼앗기면, 사쿠는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 미나모토 가문의 인간으로서 정치의 길로 가는 걸까.
사쿠는 일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망설임을 떨쳐버리는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앞을 바라본다.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건 아니야. 아버지도 인자가 없던 사람이었고, 만약에 나도 그럴 수도 있다 싶었어. 그때엔 지헌관이 되지 못하더라도 직원으로서 형을 지탱해 나가자고 생각했어…… 하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역시 힘드네."
"……왜 일부러 내게 말하는 건데."
사쿠는 답을 찾듯 시선을 방황하다 고개를 숙인다.
"그냥. 미소라한테는 말해두는 게 좋겠다 싶었어. 불러내서 미안해. 들어줘서 고마워. 가장 큰 꿈은 이루지 못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거야."
"그래……"
사쿠는 할 말을 다 했는지 어딘가 후련한 얼굴로 떠난다. 미소라는 등을 쭉 편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서 있었다.
나, 최악이네.
사쿠가 지헌관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앞으로 미소라의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미나모토 가의 뒤를 잇게 되어 미소라와 같이 풀 곳 없는 감정을 품은 채 가문에 옭아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쿠는 꿈이 깨져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뭐 하는 건데, 나."
떨리는 눈으로 시선을 허공에 돌리며 중얼거린다.
하루하루가 지루했다.
그럼에도 입만 열면 "우키이시의 후계자"가 무엇인지 말하는 어머니와 있는 것이 답답해서, 학교에 있는 것이 그보다는 자유롭다 생각해서 이곳에 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배움도, 공부도, 필요하기 때문에 하고 있었다. 지헌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부모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지 미나모토 가문처럼 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자가 없다는 걸 알았다면 역시 그렇다며 간단히 포기할 수 있는 정도였다.
미소라에게 "지금"이 없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없기 때문이다. 우키이시의 대를 잇는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우키이시의 후계자라는 직함도 부모가 철회한다면 간단히 사라져버리는 정도일 뿐이다.
만약, 철회한다면?
『그럼…… 앞으로 어떡할 거야?』
사쿠에게 던졌던 질문이 되돌아온다. 생각해 보고,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미래의 형태는 없었다.
아── 나, 텅 비어있구나.
주먹을 꽉 쥐고 서 있는 미소라의 귀로 예비 종이 들려온다. 미소라는 느릿느릿 교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올려진 잡지를 닫고 교과서를 꺼낸다. 모든 것이 머리에 담겨 있으니 교과서는 4월에 처음 배포됐던 것과 다를 것 없이 깨끗했고 거의 쓰지 않는 노트는 새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배움도 없이 멍하니 앉아만 있는 수업 시간에 무슨 의미가 있지?
아첨하며 겉치레로 어울리길 바라는 동급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내게 무슨 가치가 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멀게 느껴졌다. 수업 전의 소란스러움도, 나른한 오후의 공기도.
세계가 뒤집힌 것처럼 모든 것이 고통스러웠다.
"큭!"
힘차게 일어선다. 흠칫하며 근처에 있던 동급생들이 미소라에게 고개를 돌린다. 마침 교사가 들어오는 것을 곁눈질하며 미소라는 교실 뒤로 나갔다.
"미소라 군? 어디 가는 거니."
미소라는 교사를 무시하고 복도를 달렸다. 계단을 뛰어내려가 신발도 갈아 신지 않고 학교 건물을 뛰쳐나갔다.
앞으로 다가올 겨울을 예감케하는 서늘한 바람이 뺨을 찌른다. 미소라는 그저 무작정 학교를 뛰쳐나갔다.
"하아…… 하아, 하아……"
심장이 부서질 것처럼 강하게 뛰며 가슴속을 헤집고 있다. 두 무릎에 손을 댄 미소라는 땀을 닦으며 등을 폈다.
"하, 진심이냐……"
연와가다. 학교가 있는 지구에서 여기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다. 여기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온 것도 놀랍고, 망설이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다.
미소라는 메마른 목으로 침을 삼키며 비틀거리며 거리를 나아갔다. 다리는 지쳐서 덜덜 떨리고 있다.
"아, 하하……"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마음껏 달리다니, 체육 수업 외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소라는 더위와 답답함에 교복의 목깃 언저리를 잡으며 문득 옆을 본다. 길거리에 늘어선 가게의 진열창에는 자세도 좋지 않고, 땀범벅에 머리카락도 흐트러져서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신발도 실내화인 상태다. 얼굴에 떠 있는 미소는 피로로 힘없고 입꼬리는 축 퍼져있었다.
"볼품없어."
아무리 봐도 우키이시 가문의 후계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꽉 맞아 숨쉬기도 어려운 옷을 입고 있느니 흐트러진 것이 낫다.
미소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직 호흡도 거칠어 숨쉬기 힘들다는 건 변함이 없는데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올라간다. 가을 하늘은 높고 명랑하다. 여름보다 낮은 햇살은 따스한 색을 띠며 연와가를 찬란하게 비추고 있다.
아아, 좋네.
지금 이 순간, 미소라는 그저 미소라였다.
누구의 감시도 없고 누구의 관심도 없이, 학교를 탈주한 아이로 거리를 목적 없이 어슬렁거린다.
연와가는 미소라도 부모를 따라 자주 왔었다. 우키이시 가문이 운영하는 백화점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자동차로 백화점에 향하거나, 가려고 했던 가게 바로 앞에 차를 대곤 했기에 천천히 걸어서 산책한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게 우키이시 가문이었으니까.
지친 다리를 달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차에 타고 있어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각종 식료품점은 물론, 세련된 카페나 경식당(パーラー)과 레스토랑 등의 음식점. 세련된 장신구 등을 팔고 있는 보석가게, 남성복 전문 테일러나 여성복 전문 부티크 등의 의료점에, 생활잡화를 파는 가게라거나 서점, 문구점, 구세계에서 가져온 골동품을 팔고 있는 가게. 간판만으로는 어떤 가게인지 알 수 없는, 조금 구경해 보고 싶은 가게까지, 보고 있다면 끝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도 모자랄 만큼 온갖 가게가 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보고 있는 모든 것이 신선했다. 백화점에서 멀어질수록 개성 있는 가게가 많아졌다. 길거리에서 상품을 펼쳐놓은 액세서리 노점상들은 돈이 없는 미소라도 스스럼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후하! 너, 혹시 탈주했어?"
한쪽 무릎을 안은 듯 앉아있던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붉은 머리의 젊은이가 미소라에게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도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고 말투도 가볍다.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유별난 사람이었다.
"왜냐면, 봐봐. 실내화잖아. 게다가 그 교복, 도련님 학교잖아? 왓~ 해버린 느낌?"
"어…… 그……"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으니 젊은이는 괜찮아 괜찮아, 하고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열 손가락 전부 반지가 끼워져있고, 가는 팔찌가 찰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걸치고 있던 화려한 무늬의 기모노의 소매가 하늘하늘 흔들렸다.
"탈주한 기념으로 아무거나 좋아하는 거 가져가도 돼."
"뭐…… 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지. 싫어하는 사람에게 받는 것도 불행하니까. 요런 거 싫어해?"
"안 싫어해!"
순간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헛, 하고 입을 다문 미소라를 보며 젊은이는 히죽 웃는다.
"우리 집 액세서리는 전부 한 종류야. 제대로 된 가게에서 파는 것에 비하면 완전 싸구려지만."
"……당신이 만든 건가요?"
질문하자 젊은이의 얼굴에서 반짝 빛이 난다.
"맞아! 요런 걸 좋아해서 취미로 만들다 보니 만드는 게 갑자기 즐거워졌어. 그러다 나도모르게 너무 많이 만들었더라고. 모처럼이니 보여주는 김에 팔기도 하는 거야. 원한다면 두 개든 세 개든 가져가도 된다고?"
"그럴 수는…… 돈도 없는데."
"이상한 거절법이네! 준다고 했으니 고맙다고 웃으며 받아 가면 되는데! 그게 아이의 특권이라는 거라구."
불쑥 무언가가 날아온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받아들고, 미소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 그거 네 거니까 반품불가입니~다~"
미소라는 살며시 손을 열었다. 데굴거리며 작은 금빛이 손에서 굴렀다.
"그거 이어커프야. 귀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붙으니까 부모에게도 안 혼나. 기분을 좀 올리고 싶을 때 붙여봐. 그보다 붙여줄게."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에 미소라는 당황하면서도 젊은이 옆에 무릎을 꿇었다. 컬러풀한 손톱으로 미소라에게 건넨 것과는 다른 이어커프를 잡은 젊은이는, 바로 미소라의 귓바퀴에 그것을 붙여 거울로 보여준다. 정신없는 틈을 타 두 개나 받아버렸다.
"그렇지? 좋지?"
"……응."
귓가에서 작은 것이 하나 반짝거리며 빛난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받아도 되나요?"
"됐어 됐어. 그것보다 자! 뭔가 할 말 있지 않아?"
양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손끝을 제 쪽으로 향하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젊은 이는 미소라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미소라는 숨을 들이마시고, 이어커프를 꽉 움켜쥐었다.
"감사합니다."
"네에~ 좋은 스마일을 받았습니다! 감사함다!"
손을 크게 흔드는 노점상과 헤어지자마자, 미소라는 걸음을 옮기며 귓가를 만진다. 작지만 그 존재감이 신경 쓰였다. 두근거리는 것도 같고,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같은, 어쩐지 간질거리고도 간질거리는 감정이 가슴속 가득 퍼져있었다.
"거기 도련님. 잠깐 볼까?"
부름에 뒤를 돌아본다. 2인조 경관이다. 제복 모자의 챙을 가볍게 올려 보인 경관은 미소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키이시 미소라군이지?"
미소라는 순간 귀에 걸린 이어커프를 뺀다.
"네."
미소라가 끄덕이자 경관은 안도한 듯 표정을 풀었다.
여기서 끝인가?
하지만 생각보다 낙담하지는 않았다. 귀에 긁혀 남아있는 작은 통증과, 손바닥 안에 있는 작은── 그래, 자유가 있으니까.
집에 돌아가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있는 동안에도 미소라는 그것을 움켜쥐고 있었다.
조용히 반성하는 척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혼나고 있는 와중에 입술을 꽉 물고 있었던 것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기 위해서였다.
부랴부랴 거울 앞에 서서, 체온과 같은 온도가 된 그것을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귀에 붙여보았다.
"……"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볼에 힘을 빼자 실룩거리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뭐지? 고작해야 작은 장신구를 단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쁜 마음이 들다니.
아, 찾았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일지도."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 미소라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현재, 미소라가 가문을 잇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줄곧 가문을 잇기 위해 살아온 것이다. 그 생각은 미소라의 중심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소라가 스스로를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문을 잇는 것과 나다운 것은 양립할 수 있을 터다.
미소라는 거울 속 자신과 똑바로 마주했다.
어머니는 미소라에게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자고 약속을 시켰지만 한 번 알게 된 자유의 맛을 잊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엔──"
미소라는 이어커프를 만졌다.
만약 다음에 또 저지른다면, 이번엔 좀 더 잘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갱신은 7월 14일(일) 0:00 예정】
※ 단장-1- ~ 단장-5-까지의 에피소드는 어플 「망가UP!」에서 열람 가능
※ 「단장-6- 진의 책임」은 소설판 한정으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소설판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