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남자 번역] Fragments from Dusk8 토쇼 나나세의 해빙 (5) [完]
【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八- 凍硝七瀬の氷消(5)
【최신화】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5)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8/nanase-fragments5.html
전편 「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4)」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211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자동차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어느새 잠들어버린 나나세는 가볍게 흔들려 눈을 떴다. 어느새 차에서 내려져 옮겨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겁을 먹어 버둥거리자, 나나세를 옮기던 인물이 걸음을 멈춘다.
"일어났나."
"──여기 어디야?"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아버지의 친구라고 했던, 뺨에 상처가 있는 남자의 목소리다. 남자에게 안긴 나나세는 처음 보는 풍경에 두리번거렸다.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난다. 부우거리며 울고 있는 건 새인 걸까?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항구야. 처음이니?"
항구라고 해도 나나세는 잘 알지 못했다. 마을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청나게 큰 물웅덩이가 출렁출렁 물결치고 있다. 이것이 바다라고 남자는 말했다. 두껍게 낀 눈구름 때문인지, 바다가 검게 보여 나나세는 몸을 작게 떨었다.
"……아빠랑 엄마는?"
"먼저 탔어.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배는 본 적 있냐는 질문에 나나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 타는 것이 배라고 남자는 말했다. 둥실거리며 바다에 떠 있는 것은 거대한 배다. 나나세가 살고 있는 집을 몇 채 합쳐야 겨우 같아질 정도의 크기였다.
남자는 나나세를 안은 채 항구와 배에 놓인 판자를 건넜다. 삐걱삐걱거리는 소리에 판자가 부러질까 봐 가슴이 졸인다.
남자는 배 안에 들어가자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뎌 계단을 내려간다.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냄새에 숨을 죽이며 나나세는 불안한 시선을 남자에게 향했다.
"자, 여기야."
벽에 불이 훤히 켜져 있을 뿐인 어두컴컴한 복도 너머에 문이 있다. 옆에는 뚱뚱한 남자가 육중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그 아이가 마지막인가?"
"그래. 열어줘."
씩 웃은 뚱뚱한 남자는, 문에 달려있던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연다.
"아빠는?"
뺨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가엾게도. 너는 부모에게 팔린 거야."
"!"
눈이 동그래지는 나나세를 데리고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비명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남자는 나나세를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낙법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로 바닥에 떨어진 나나세는 꿈틀거렸다.
아픔을 참으며 나나세는 어두운 방 안으로 눈을 돌렸다. 아무래도 창고 안인 것 같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어둠 속에 여러 개의 사람 그림자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사람의 그림자다. 아이들이 벽가에서 몸을 지키듯 몸을 맞대고 무릎을 껴안고 있다.
"윽, 돌아갈래!"
"아이고? 돌아갈 수 있을 리 없잖아. 멍청하네."
나나세가 창고에서 나가려 하자 감겨져 있던 목도리가 가볍게 끌린다. 나나세는 떨면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말했잖아? 팔렸다고. 아, 어려서 모르려나. 버려졌다고. 돌아가 봤자 민폐일걸."
천천히 목도리의 한쪽 끝이 당겨진다. 스르륵,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목도리가 나나세의 가느다란 목을 조르며 빠져나간다. 목도리가 사라진 목에 싸늘한 냉기가 달라붙는다.
말을 잃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나세를 보며 남자는 웃는다. 뺨의 상처 때문에 입꼬리가 일그러진다.
"그렇게 입 다물고, 다른 녀석들처럼 착하게 있어. 어린놈들은 조용한 게 좋거든."
남자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눈에 온도란 일체 없다. 덜덜 떨고 있는 나나세의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 깊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남자는 방을 나갔다.
"……"
나나세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남자가 하는 말의 의미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무섭고도 무서워서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윽."
쏟아질 것 같은 비명을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막는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건 안된다는 것민은 알았다. 소리 대신 눈물이 뚝뚝 흘러내려 두 손을 적신다.
탁, 뭔가가 바닥에서 튀었다. 하얀 돌이 떨어져 있다.
"아……"
급하게 주워 품에 안았다.
엄마……
돌을 가지고 가야 해.
부모님이 집에서 기다릴 것이다.
분명, 반드시──.
나나세는 희망을 품에 안고, 창고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흐느끼는 소리에 나나세도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마다 목을 조르듯 스르륵 스쳐 지나가던 목도리의 감각이 떠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나나세의 체감적으로 배가 움직이고 있던 건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선, 소녀들이 배에서 내려졌다. 울부짖는 소리가 비통해서, 나나세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대로 배가 움직일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열 명도 되지 않는 소년들은 저마다 숨을 죽이고 있다. 대부분 나나세보다 나이가 많은 소년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은 마모되고 마음은 마비되기 시작한다. 물과 빵은 주어졌지만, 아무래도 충분하지 못했고 몸이 작은 나나세의 몫은 얼마 되지도 않는 양만 남기고 다른 아이에게 빼앗겼다. 배고픔 때문에 제대로 사고할 수 없었다. 나나세는 대부분의 시간을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지낸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했다.
소녀들이 끌려간 지 사흘쯤 지났을까. 배 밑바닥 창고에 거친 발소리가 다가왔다. 나나세는 가늘게 눈을 떴다.
"──꼬마 놈들아, 나와라."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다.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소년들에게 혀를 찬다.
"나오라고 하잖아."
"어, 어디로 가는 거야?"
가장 키가 큰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의 사이에 긴장이 흐른다. 앞서 말대꾸를 한 소녀는 난폭하게 끌려갔다. 그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너희들 운이 좋더라? 팔리는 건 나중이 되겠어."
"지, 집에, 데려가 주는 거야?"
다른 소년이 묻는다.
돌려보내 줘, 돌아가고 싶다고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하, 바보냐? 감사하라고. 너희들의 고향은 조만간 데드 마터에게 집어 삼켜질 거다. 우리는 불쌍한 꼬마들을 구하러 온 거라고?"
남자는 아이들을 휙 돌아보며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평소 같으면 적당한 고아원에 처넣어서 구매자를 찾았겠다만, 이번엔 노동 시설에서 일하게 됐어. 네놈들의 식비는 네놈들이 벌도록."
빨리 나가라며 큰 소리로 윽박지른다. 나나세는 힘을 다해 일어나 다른 소년들과 함께 벌벌 떨며 방을 나갔다.
밖은 밤이었다. 바다는 검게 물결쳐 밤과의 경계선도 알 수 없다. 배에서 내리자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비틀거린다.
여러명이 모여 작게 굳은 아이들은, 겁에 질려 쭈뼛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휘익, 차가운 바닷바람이 찌르는 듯 불어와 몸이 얼어붙는다.
나나세는 눈을 집중했다. 계속 어두운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밤눈이 밝았다. 나나세는 밤의 어둠 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작은 마을 안에서 자라온 나나세에게는, 그것이 높이가 큰 건물인 줄은 몰랐지만.
"어이, 이리 와라."
불쑥, 두 손에 묶여진 밧줄이 잡아끌려져 아이들은 앞으로 고꾸라지면서도 걷는다.
배에서 내린 아이들은 곧바로 큰 차에 태워졌다. 잠시 흔들리며 끌려간 곳은 어딘가의 큰 시설 같았다. 주변은 높은 담으로 빙 둘러싸여져 있다.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아이들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서성이며 담배를 피운다.
"오, 왔군."
보통 키에 보통 체격을 가진 중년 남자가 느릿하게 건물에서 나온다. 뺨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담배를 물고 한쪽 뺨을 들어 올린다.
"여어, 이놈들 잠시만 맡아줘. 있는 대로 일을 시켜도 좋으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할게."
"얘기는 들었는데…… 아직 어린애잖아. 못 써먹겠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 검사가 끝나면 적당히 팔아넘길 생각이니까."
"검사?"
중년 남자는 의아한 듯이 아이들을 바라본다.
"저쪽에서는 병이라도 유행하고 있나? 그런 아이들을 데려오다니……"
"아냐. 적성 검사를 받게 할 거라고."
"──지헌관의, 말인가?"
왜, 하고 중년 남자는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에게 눈빛으로 묻는다.
"들어본 적 없어? 아오히게 나리께서 인자를 가진 꼬마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
"있기는 하다만…… 인자를 가진 인간은 그리 간단히 발견되지 않잖아?"
"찾으면 돈벌이가 되잖아?"
크큭, 하고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웃으며 담뱃재를 툭툭 털어낸다. 중년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아오히게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적성 검사라니, 방위본부에 등록된 인간을 유괴하면 눈에 띌 텐데."
"직접 검사한다니까 그건 아니겠지."
"할 수 있는 건가?"
눈이 휘둥그레지는 중년 남자에게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입꼬리를 치켜올린다.
"누군가가 할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도 할 수 있다. 그뿐인 이야기잖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오히게 씨는 무얼 위해 인자를 가진 인간을 모으는 거야?"
"사병의 지헌관을 만들고 싶다는 것 같던데? 괴물 집단."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의 말에 중년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고개를 내젓는 중년 남자의 눈이 아이들 쪽으로 향한다.
"이 안에, 황금알이 있다고?"
"글쎄. 없으면 전부 줄게. 맘대로 하라고."
"……흥. 괜찮겠지. 하지만 아이라고 해서 가벼운 일을 줄 생각은 없어."
"정중하게 대해주라고? 중요한 상품이니까."
부탁할게,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손을 흔들며 훌쩍 떠나간다. 아이들은 모르는 곳에 두고 갈까 봐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를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두 손을 묶은 밧줄은 중년 남자의 손에 달려있었다. 힘껏 당겨지자 아이들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어디 갈려고. 여기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를 태운 차가 달려간다. 그것을 멍하니 볼 새도 없이, 포승줄로 강하게 묶어진 아이들은 중년 남자에게 끌려갔다.
다음에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반년 이상이 지난가을의 일이다.
"꼬마 놈들은 그쪽에 전부 팔게. 돈 내놔."
짧은 식사 휴식 중에,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초조해하며 중년 남자── 노동 시설 소장에게 다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나세는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지 서로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어서 아오히게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나세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처음에는 수용된 아이들 모두 반드시 도움이 올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였던가, 고참 노동자가 탁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희망을 가져봤자 소용없다고. 남자의 지친 말이 나나세의 가슴속에 깊이 꽂히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몸에 새겨질 때마다 저항할 마음도, 희망을 품을 마음도 사라져갔다.
갑자기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장실의 문이 열렸다.
"쯧, 발목을 잡기는."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나왔다. 그는 근로자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부릅 뜬다.
"뭘 봐, 죽여버린다!"
근처에 있던 성인 노동자를 발로 차며 떠났다. 나나세는 신음하는 어른을 곁눈질하며 무슨 요리인지도 모르겠는 걸쭉하고 맛이 없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젓가락이나 숟가락 같은 것은 없다. 예전에 숟가락으로 감독관을 덮친 노동자가 있었기 때문에 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나나세는 끈적거리는 손끝을 핥고 기모노에 문질렀다. 하루에 두 번인 식사는 배가 부르려면 멀었다. 접시에 남는 한 방울도 아까워서 핥아먹는다.
"휴식은 끝이다! 빨리 일하러 돌아가!"
감독관이 고함을 지른다. 줄줄이 사라지는 노동자들을 뒤따라 나나세는 그들이 놓고 간 접시를 모았다. 오늘은 나나세와 또 한 명의 청년이 뒷정리를 하는 당번이다.
여러 번 왕복해 밖에 있는 물 터로 옮기고, 물을 채운 대야에 띄워 수세미로 문지른다.
이 시설 중에서도 설거지 당번은 편한 측에 속한다. 아직 여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물도 그렇게 차갑지 않다. 접시는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깨지지 않고, 깨지지 않으면 혼날 일도 없다. 야단을 맞지 않으면 맞을 일도 없고, 맞지 않는다면 밤에는 통증에 시달리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다.
많은 양의 접시를 계속 씻고, 그것을 정리하는 것까지 끝냈을 무렵에는 일이 끝날 시간이었다.
그것에 한숨을 푹 내쉰다.
드디어 오늘이 끝난다. 모두가 뒤섞여 잠을 자는 잠자리에는 이불 같은 것은 깔려있지 않았다. 나나세는 방구석의, 몸을 쉬게 하기 위해 딱딱한 잠자리 위에 몸을 작고 둥글게 말고, 숨겨뒀던 작은 돌을 움켜쥐며 눈을 감았다.
신와 18년 12월──.
나나세는 작게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추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내쉬자 밤하늘에 하얗게 숨이 녹아내린다.
늘, 늘 추웠다.
계절이 몇 번을 넘어도, 언제나 마음이 추웠다.
이 노동 시설에 들어온 지 벌써 2년 가까이 지났다.
처음에는 슬펐다. 왜 버려졌는지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어서, 어쩌면 데리러 와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매달렸다.
하지만 희망 같은 건 없었다. 슬픔은 포기로 바뀌었고,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은 단지 나나세를 괴롭힐 뿐이었다.
매일이 두렵고, 매일이 괴로워서 나나세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기억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버지의 온기도, 어머니의 상냥함도, 떠올리면 가슴을 쥐어뜯을 정도로 괴로웠으니까. 미쳐버릴 정도로 슬펐으니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정한 추억은 기억 속 깊은 곳에 밀어 넣고,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도록.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을 담담하게 해낸다. 그런 나나세를 보고 누군가 인형 같다고 비웃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밀어 넣은 기억은 언젠가부터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되어갔다.
나나세는 밤이 그리웠다. 잠을 자는 건 허락된 일이니까. 아침 같은 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왜 이곳에 있는지도 잊어버린 하얀 돌 만이, 나나세의 의지할 곳이었다.
마음을 얼리고, 그저 시간에 떠밀려가는 매일이었다.
그날은 보기 드물게 실수를 해서 밖으로 쫓겨난 날이었다. 식사도 걸러지고, 실내에서 자는 것도 허가되지 않았다. 닳고 닳은 기모노째로 몸을 끌어안고, 덜덜 떨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기를 나눠주던 길고양이도 오늘은 어디선가 온기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나나세는 외톨이었다.
딱딱, 이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뇌리에 뭔가가 아른거린다. 그것이 옛 기억인 것은 알 고 있지만 나나세는 쫓지 않았다. 쫓지 않으면 그 기억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잠 못 이루는 밤에 하늘의 별을 세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별을, 10까지 밖에 수를 모르는 나나세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세고, 또 세다가── 밤 하늘에 반짝이는 붉은빛의 띠를 보았을 때, 나나세는 마치 스스로가 흐르는 별이 된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저 저 붉은빛 쪽으로 일심불란하게.
무엇이 자신을 거기까지 물았는지 알 수 없다.
잡히면 분명 혼날 거야.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쓸모없는 노예의 목숨 따위는 종이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잡히지 않아도 객사해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됐어.
마지막으로 저 붉은빛이 무엇인지 그걸 볼 수 있다면 이제 상관 없다.
저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살아봤자 어쩔 수 없다.
차가운 공기에 목이 아팠다. 폐 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았다. 깡마른 작은 몸은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달리고 달려서 붉은빛을 쫓아, 그렇게 나나세는── 온기를 손에 넣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