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번역/결합남자(結合男子)

[결합남자 번역] Fragments from Dusk8 토쇼 나나세의 해빙 (3)

제꽃절 2024. 8. 5. 13:03

【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八- 凍硝七瀬の氷消(3)
【최신화】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3)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8/nanase-fragments3.html
전편 「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2)」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202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미오의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진 것은,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럼, 나나세와 아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이웃 아주머님에게 부탁하고 일을 하러 가셨다. 푹신거리고도 다정했던 생일이 마치 꿈이나 환상처럼 멀어져 가는 것을 나나세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는 잠에 들었고, 아버지는 집에 없다. 집안에 가득 찬 불안감을 지우고 싶어 창문을 열었더니 후덥지근한 여름의 열기가 방안으로 들이닥친다.

낮에는 덥고, 밤에도 열기의 자취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찰싹 달라붙는 듯한 여름의 기운이 불안과 겹쳐 진정되지 않는다. 안심하고 있어야 할 집은 어느새 진정되지 못하고 불안감을 계속 낳을 뿐인 장소가 되어있었다.

약해져가는 어머니와 둘만 있는 건, 어머니를 사랑하기에 더욱 무서웠다. 짓눌려질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자, 햇볕의 세기에 조금 겁을 먹는다.

 

나나세한테 예쁜 돌을 받으면 힘이 나는 걸.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나나세는 결심한 듯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아지랑이가 일렁일 정도로 밖은 뜨거웠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륵 흐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유지매미(アブラゼミ)의 울음소리는 마치 빗소리 같다. 나나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태양은 찬란하게 비추어 나나세의 그림자를 짙게 지면 위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엄마, 힘이 난다고 말했어.

 

나나세는 돌봐주는 아주머니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강변으로 나간다. 어머니를 위해 무언가 할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태양 아래, 나나세는 부지런히 돌을 찾는다. 평소였다면 딱 좋은 시점에서 돌을 찾던가, 어머니가 말려줬을 테지만 혼자 강가에 있는 지금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했다.

 

분명, 예쁜 돌을 찾으면 어머니는 기운이 날 것이다.

그리 믿으며.

 

"──나나 쨩!"

 

갑자기 동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나세는 멍한 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들고── 세상이 캄캄해졌다.

 

 

 

겨우 숨을 쉬며 나나세는 눈을 떴다. 몸이 뜨겁다. 누군가가 이마나 목, 팔 등에 대어주는 식은 수건이, 눌려진 끝에서부터 미지근해진다. 약간의 짠맛이 나는 물이 머금어져 나나세는 열심히 그것을 삼켜낸다.

 

"나나세, 괜찮니?"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얼굴로 나나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나세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엄마, 하고 희미하게 불렀다.

아무래도 이곳은 집 안인 것 같다. 팔랑거리며 바람을 보내주고 있는 건 이웃집 아주머니다. 의식이 없어지기 직전에 나나세를 부른 목소리도 이웃집 아주머니일 것이다.

 

"물 마실 수 있겠어? 나나 쨩."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나세를 어머니가 부축해서 일으킨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하는 나나세 대신 어머니가 물을 먹여 주신다.

 

"한 잔 더 가져올게."

 

컵의 물을 다 마시자 아주머니는 안도한 듯 숨을 토해내며 일어선다. 타닥타닥, 가벼운 발소리를 들으며 나나세는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엄마, 이거."

 

꼭 쥐고 있던 손을 펼치자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발견한 돌이 쥐어져 있었다. 제대로 그곳에 있었다는 것에 다행이야,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까부터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면서, 짧게 숨을 삼키고 있었다. 말 대신 흘러나오는 것은 흐르는 눈물이다.

 

"윽, 미안해. 나나세…… 미안해……"

 

어째서 어머니가 사과하는지 알 수 없다.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나세 때문에 어머니가 몹시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나세는 모른다.

 

울지 마……

 

말로 하고 싶은데, 목에선 희미한 숨소리만 새어 나온다.

나나세를 꼭 껴안는 어머니의 몸은, 열을 가진 나나세에게는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그 편안함에 흔들리며 나나세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 나나세는 문득 눈을 떴다. 몸은 무거운 데다, 움직이는 것도 힘겨웠고 낮의 자취처럼 몸이 뜨겁다.

 

"──가자, 등경."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의에 찬 목소리다. 나나세 바로 옆에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번처럼 옆방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오늘, 무서웠어…… 이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실감했더니……"

 

어머니의 손이 나나세의 머리에 닿는다. 귀는 들리는데, 눈꺼풀은 납처럼 무거워 열리지 않는다.

 

"……알았어. 반드시 어떻게든 할게. 무조건 등경에 데리고 갈게. 그때까지 힘내줘."

 

기도하는 듯한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눈물로 목이 메어지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바빴고, 어머니의 병세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조금씩 악화되어 갔다.

불안과 외로움을 안으며 나나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머니를 위해 돌을 줍는 것뿐이었다. 여름 동안 또 쓰러지는 건 아닐까 어머니와 아주머니도 경계하고 있었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더위도 누그러지며 경계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겨울이 오기 전에는 예쁜 돌이 창가를 잔뜩 장식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어머니가 미소를 지어줬기 때문에, 분명 돌이 어머니를 건강하게 해주는 거라고 나나세는 믿었다.

이윽고 눈밭이 흩날리는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집안에는 외풍이 몰아쳤다. 담요를 덮어도 얼어버릴 것처럼 춥고, 밤에는 어머니와 몸을 맞대고 잠을 청했다.

가끔씩 문득 눈을 뜨면 귀가한 아버지에게 어머니와 함께 끌어안겨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아버지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뜩이나 검소했던 식사는 더욱 빈곤해졌다. 등경에 가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조절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용태는 그 때문에 급격히 악화되었지만, 등경에 가면 분명 괜찮아질 거라는 맹신과, 빨리 등경에 가야 한다는 조바심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과도한 절약에 내달리게 했다.

식사는 늘 근처에서 나누어준 쌀로 만든 죽이 대부분이었고, 나나세는 매일 배를 곪고 있었다.

가끔 이웃이 나눠주는 반찬이 있으면 나나세는 진수성찬이 나온 것 같은 기분으로 일심 분란하게 긁어먹었다. 부모님이 바쁘거나, 병 때문에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던 젓가락질도 언제까지나 쥐고 있는 상태인 채로, 제대로 쥐는 법도 교정 받지 못했다.

새해맞이(年越し)도 조용히, 하지만 정월에는 소박한 축하를 하며 보냈다. 내년에는 등경에서 새해를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앙상한 뺨에는 곁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등경에 갈 수 있어!"

 

아버지가 그리 말하며 달려온 것은, 가장 추위가 심한 때였다.

아버지는 앙상한 뺨에 면도를 하고, 눈을 번뜩였다. 평소에는 일을 마치고 휘청거리며 돌아왔는데 그 얼굴은 기쁨과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

 

병상 위에서 쉰 목소리로 미오가 묻자, 와타루는 무릎 위에 나나세를 올리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까슬한데다 마르고 약간의 열이 있는 아내의 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와타루는 미소를 지었다.

 

"전에 말했지? 등경에 이쪽 사람을 이주시켜주는 배가 온다고. 오늘 만난 손님 중에서 그 배에 태워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고 했어."

"그 사람이랑 만난 거야?"

"그래!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특별히 태워다 준대. 이주 계획도 이번에 일단 중지된 것 같아. 이건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야!"

 

흥분해서 말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야윈 얼굴이 살짝 풀린다. 쏟아진 눈물을 아버지가 닦는다.

 

"미오도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고 했지? 이제 괜찮아. 등경에 가서 병을 고치고, 분명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운이 좋아졌어."

 

그렇지? 하고 아버지가 동의를 구하는 것에 나나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기뻐하는 아버지를 보는 것은 오랜만이고, 나나세는 무릎 위에서 작게 뛰었다. 말라서 뼈가 앙상한 아버지의 무릎 위는 그다지 승차감이 좋지 않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두운 공기만 가득했던 집안에 찾아온 밝은 분위기가 마냥 반가웠던 것이다.

 

"좋~아. 그럼 준비를 하자. 아, 미오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나나세, 도와주실래요?"

"네!"

 

격식을 차린 말투에도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제 아이에게 수염이 까끌까끌한 볼을 비비고, 싫어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와타루는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 말해도 딱히 챙겨갈 건 별로 없나."

 

짐을 싸려던 와타루는 순간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집안에 있는 물건 중 팔 수 있는 건 거의 팔았다. 집에 남아있는 것은 얇은 이불이 두 세트, 최소한의 입을 옷, 깨지고 금이 간 찻잔 따위가 고작으로 값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 몸만 나와 떠난들 아깝지 않은 것들뿐이다.

 

"있지, 이것도, 넣어줄래?"

 

미오가 누운 채로 놓인 돌을 가리킨다. 나나세가 어머니에게 빨리 나아지라고 주워온 돌이었다.

 

"그렇지. 이것도 넣자. 등경에선 새로운 돌을 줍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런 거야?"

 

등경은 어떤 곳일까. 나나세는 조금, 가기 싫어졌다. 아빠도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하고 아버지는 돌을 짐에 넣는 나나세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자…… 이참에 나나세에게 이걸 입혀줄게."

 

미오가 나른한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끌어당긴 것은, 여름부터 조금씩 꿰매 왔던 나나세의 기모노였다.

 

"안쪽에 이름표도 박아놨으니까, 등경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이걸 보여주는 거야."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가 뒤를 돌려 나나세에게 이름표를 보여준다. 나나세는 글을 아직 몰랐지만, 이름과 생년월일이 쓰여있다고 아버지는 가르쳐 주었다.

 

"이 기모노, 커서도 입을 수 있도록 조금 크게 꿰맸으니까 몇 년 간 입을 수 있을 거야."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입혀준 기모노는 여름 때와 마찬가지로 나나세에게는 조금 큰 것 같았다. 와타루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다. 미오가 그 옷에 한 땀 한 땀, 미래를 맡기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

 

와타루는 이를 악 울며 짐을 싸는 거라고 부르기도 뭣한 짐 싸기를 마쳤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오늘이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작고 오래된 집이었지만 가족이 없는 와타루와 미오가 처음으로 가족이 된 집이다. 애착이 없을 수 없다.

일말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뿌리치듯 고개를 흔든다.

 

"오늘은 그만 자자. 내일 아침 일찍부터 마중이 오기로 되어있어."

 

내일은 다리 저편까지 차가 데리러 와 줄 예정이었다. 걸어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미오의 부담도 되지 않을 터다.

아버지가 불을 훅, 하고 불어 끈다. 셋이서 몸을 맞대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밖은 덜컹거리며 집을 흔들 정도로 바람이 강했고, 외풍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나나세는 괜찮았다. 부모님 사이에서 느끼는 온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따뜻해.

 

행복한 마음으로 잠을 자는 건 얼마 만일까? 나나세는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키득거리며 웃는다.

마치 가슴속이 간지러워지는 것처럼, 마음이 몽실 거렸다. 아버지가 환하게 웃고, 어머니도 평소보다 건강해 보이고,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의 단란함이 돌아온 것 같아 기쁘다.

 

"기대되네. 나나세."

 

밤의 어둠에 녹아내릴 것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속삭인다.

나나세는 응응, 하며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일정한 간격으로 등이 토닥여질 때마다 나나세는 꾸벅거리며 깊은 잠에 이끌린다.

 

"나나세, 잘 자렴."

 

자신을 부른 어머니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나세는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편『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4)』는【8월7일(수)0:00】갱신 예정!
※ 단장-1- ~ 단장-5-까지의 에피소드는 어플 「망가UP!」에서 열람 가능
※ 「단장-6- 진의 책임」은 소설판 한정으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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