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번역/결합남자(結合男子)

[결합남자 번역] Fragments from Dusk8 토쇼 나나세의 해빙 (2)

제꽃절 2024. 7. 31.

【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八- 凍硝七瀬の氷消(2)
【최신화】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2)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7/nanase-fragments2.html
전편 「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1)」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201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나나세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축축하고 차가운 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옆방에서 콜록거리는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나나세는 슬쩍 창호지의 창문을 닫았다. 촛불이나 기름 같은 사치를 할 수 없는 집이다. 날씨가 나쁘면 낮이어도 방안은 음침하고도 어둡다.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어머니는 다시 몸이 안 좋아졌다. 의사를 불러 겨우 열을 내렸지만, 벌써 며칠째 어머니는 이불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나세는 어머니가 있는 안방으로 이어지는 장지문(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감기가 옮을지도 모르니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말을 지켜 한동안 얼굴도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거리까지 나갔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다시 의사를 부르러 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부재 중일 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말하러 오는 거라고, 나나세에게 몇 번이나 일러두었다.
원래 나나세는 집안에서 혼자 노는 것에 힘들어하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였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는 건 지루했다.
밖에 나갈 수도,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릴 수도 없다. 심심해진 나나세는 다 바래 희뿌애진 다다미 위에 지금까지 모아 온 강변의 돌을 늘어놓는다.
 
"……예쁜 돌을 주면, 엄마 건강해질까?"
 
사실 당장이라도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강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해졌다. 나나세는 그것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때때로 들리는 기침 소리가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나나세는 방을 막고 있는 장지문을 살짝 열었다.
다다미 넉 장 반의 방 안에는 장롱이 한 짝 있는 것 외에는 텅 비어있어 썰렁했다. 이불에 누운 어머니는 장지문이 열린 기척에 이쪽을 향해본다.
 
"엄마."
 
어머니는 나나세의 가냘픈 부름에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윤기를 잃은 긴 머리카락이 등으로 흘러내리듯 떨어진다.
 
"──나나세, 이리 오렴."
 
앉은 어머니가 나나세에게 손짓한다. 쭈뼛거리며 다가간 나나세는 어머니의 바로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엄마, 괜찮아?"
 
어머니는 나나세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괜찮아.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지. 미안해."
 
아니, 하고 나나세는 고개를 내저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건 어머니 잘못이 아니다. 비 때문이다.
 
"해님이 나올 때쯤이면 분명 괜찮아질 거야. 그러면 놀러 가자."
"응. 빨리 해님 나와주지 않으려나아."
 
입을 삐쭉 내밀며 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데, 쾅 하고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낡은 집이다. 문의 상태가 좋지 않아 여는 데엔 요령이 필요하다.
 
"다녀왔어."
"아빠!"
 
좁은 집이다. 현관은 나나세가 원래 있던 방에서 바로 근처에 있다. 쫑쫑거리며 달려가자 도마에는 이전에도 와줬던 노의사가 서 있다. 그 뒤로 빗물을 털며 아버지가 들어왔다.
 
"아빠, 어서 와."
"다녀왔어. 나나세. 의사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 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의사는 호탕하게 웃는다. 아버지는 제대로 인사한 나나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의사와 함께 거실로 들어선 뒤 안방으로 향했다.
 
"미오, 일어나 있어도 괜찮겠어?"
 
이불이 깔려있는 방에 어른이 둘이나 모이면 비좁아진다. 나나세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방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괜찮아. 자는 것도 지치는걸."
 
말하며 기침하는 어머니의 등을 아버지가 살살 쓰다듬는다. 부탁드린다며 의사에게 진단을 맡기며 나나세를 데리고 장지문을 닫는다.
 
"아빠, 엄마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오셨으니까 이제 괜찮아."
 
아버지의 무릎에 앉으며 진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윽고 슬쩍 장지문이 열린다. 의사의 표정이 딱딱하다.
 
"……엄마한테 가 있으렴."
 
슬쩍 등이 떠밀려 나나세는 다시 누워있는 어머니의 곁에 앉는다. 등 뒤로 닫힌 장지문 너머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나나세, 이리 오렴."
 
이불 속에 권해진 나나세는 구르듯이 비집고 들어간다. 오랜만에 어머니의 온기였다. 어쩐지 안심한 나나세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졸았다.
그 방 밖에서 아버지가 절망에 잠겨 있다는 것 따위는, 나나세는 알 수 없었다.
 
 
 
오늘도 또 비가 내렸다.
 
"……해님, 아직도 없어."
 
나나세는 풀이 죽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의사를 부른지도 며칠, 다행히 어머니는 천천히 차도를 보이고 있다. 깨어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기침도 거의 가라앉았다.
나나세가 안도한 것도 잠시, 이번에는 아버지가 오래 집을 비우게 되었다.
비가 오고 나서부터는 일이 되지 않는다며 밭일을 그만두고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거리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 있다. 때로는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의 부탁으로 나나세와 어머니의 상태를 보러 와주는 것은 근처에 살고 있는 친절한 사람들이다. 어린아이가 있으니까, 몸이 약하니까, 라며 뭐라도 도와주려 하는 것이다.
왜 일하는 방식을 바꿨는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나나세는 들었지만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말하기를, 거리에도, 마을에도, 의사조차도 더 이상 약이 없다고 한다.
나나세가 살고 있는 지방은 수도가 있는 등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때때로 물자가 배에 실려 일괄적으로 바닷가 항구 마을에 운반된다. 거기에서 물자가 내륙의 거리나 마을로 분배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의약품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요즈음 반입 수가 격감해 분배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된 거야?』
 
물어온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분노를 토해내듯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어. 의사는 이미 버림받았을 거라고 하는데……』
『그런……』
 
어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아버지는 그래도, 라고 조금 목소리를 밝게 하며 입을 연다.
 
『네 병은 등경의 병원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대. 그러니까, 어때?』
『등경……』
 
어머니의 망연자실한 목소리에 불안감이 커져 나나세가 멈칫한 사이 부모님의 대화는 끝났다.
그때부터였다. 아버지가 막일을 하게 된 것은.
 
 
 
"……"
 
나나세는 독상에 볼을 납작하게 붙이고, 수집한 돌을 데굴데굴 굴렸다. 강변에서 주웠을 때는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이걸 골랐는지 모르겠다. 반짝반짝한 것도 아니고, 반들반들한 것도 아닌, 그저 강변의 조약돌일 뿐이다.
 
"나나세, 왜 그래?"
"돌, 안 이뻐."
"응?"
 
어머니가 나나세의 손안을 들여다본다.
 
"예쁘지 않아?"
"응."
 
뾰로통해진 나나세에게 어머니가 작게 웃는다. 병든 어머니는 한결 야위어진 것 같았다.
 
"……해님, 아직일까."
 
비가 그치면 더 예쁜 돌을 발견해 어머니에게 드릴 것이다.
그러면 기뻐해 줄 거야. 분명, 병도 좋아질 것이다.
나나세는 독상에 굴리던 돌을 주워 모아 양손 가득 얹는다. 이리저리 떨어질 정도로 잔뜩 있었지만 역시 어느 것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아버지의 귀가는 늦었다.
장마가 계속되고, 집안은 장마철로 쌀쌀하다. 잠들어 있던 나나세는 밤중에 작게 몸을 떨며 눈을 떴다.
 
"……엄마?"
 
옆을 보자 한 이불에서 자고 있었을 터인 어머니의 모습이 없다. 멍하니 고개를 돌리자 가늘게 열린 장지문 너머에서 새어 나온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좁은 틈으로 희미하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불빛 쪽으로 기어갔다. 아버지에게 인사하려던 나나세는, 장지문으로 뻗었던 손을 움찔거리며 멈춘다. 옆방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 당신 몸도 망가질 거야."
 
나나세에게 말을 거는 것과는 달리, 조금 낮은 어머니의 목소리에 아버지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한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튼튼한 건 알잖아."
"하지만……"
"등경행 배에 태워달라고 하기 위해서야. 돈을 더 벌어야 해…… 저쪽 생활도 있을 테고, 의사 비용도 들 테니까."
"……난 괜찮아."
"괜찮을 리 없잖아! 나을지도 모른다고!"
"쉿. 나나세가 깨."
 
숨을 참듯 두 사람은 입을 다문다. 나나세는 깨어있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분위기가 나나세의 몸을 얼어붙게 하고 있었다.
 
"……등경의 병원이라면 네 병을 고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가족 셋이서 살아갈 수 있어. 그렇잖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머니가 말끝을 흐리고, 다시 정적이 떨어졌다. 아버지도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서울 정도의 침묵을 어머니의 한숨이 깨트린다.
 
"……그만하자. 이런 얘기, 허무할 뿐이야."
"왜?"
"왜냐면 병이 나은 다음에는? 여기로 돌아올 거야? 등경에서 사는 거야? 집은? 일자리는? 우린 아무것도 없잖아."
"…!"
"──등경에 가서 나를 치료할 돈이 있다면 당신과 나나세만이라도 도망쳐."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먹여졌다. 아버지는 숨을 들이삼킨다. 일렁거리는 불안감에 나나세는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줘."
 
두고 갈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버지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나나세는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
 
신음 소리가 한 번 새어 나오자 이제 어쩔 수 없었다. 눈물도 울음소리도 흘러내려 멈추지 않는다. 약간의 침묵 끝에 당황한 듯 장지문이 열린다.
 
"나나세."
 
단단하게 뭉친 작은 몸은 아주 쉽게 들어올려져 아버지의 팔에 흔들린다. 나나세는 그 가슴팍을 꽉 쥐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온 아버지는 땀과 비의 냄새가 났다.
 
 
 
그날, 어머니는 아침부터 싱글벙글 기분이 좋았다. 평소였다면 나나세가 눈을 뜰 무렵에는 벌써 일을 하러 나갔을 아버지도 자리에 있어서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할 수 있었던 것이 나나세는 기뻤다.
잠옷에서 쪽빛의 새로운 기모노로 갈아입는다. 어머니가 몸이 좋을 때마다 한 땀 한 땀 꿰매던 옷이다. 조금 큼직하게 만들어져 있는 기모노의 낯선 감각에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나나세는 왜 기모노를 주는 걸까? 하고 생각하며 어머니를 올려다본다.
 
"오늘은 나나세의 생일이야."
"생일?"
 
자신의 생일이 7월 14일인 것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만, 평소 날짜 감각이 없는 나나세는 말해진들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네 번째 생일, 축하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쁜 듯이 웃는다. 나나세도 덩달아 웃었다. 네 살이 되었다는 실감은 없다. 세 살 때인 어제도, 네 살 때인 오늘도 나나세에게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들뜨게 된다.
최근 한동안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나나세의 생일은 무척 맑았다. 빠질 것 같이 푸른 하늘이 펼쳐쳐 나들이를 나가기엔 절호조였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든 주먹밥을 들고 셋이서 강변으로 향한다. 도중에 거리에 데려가 주고 싶었는데…… 라며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강 건너 거리는 성인 남성이 걷고 걸어도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있다. 따가운 햇살 아래서 긴 시간을 걷기에는 어머니뿐 아니라 나나세도 체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거리에 가본 적 없는 나나세에게 있어서는 무리해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함께 있어주는 편이 훨씬 더 기뻤다.
익숙한 강변이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는 시원했고, 강물을 뚫고 들어온 바람은 강한 햇볕에 타는 피부를 부드럽게 식혀준다.
나나세는 바로 평소처럼 돌을 찾기 시작한다. 강물은 장마 때문에 불어나 있었지만 지금은 잦아들었고, 굴러다니고 있던 냇가의 돌멩이들도 변해 있었다.
부지런히 돌을 찾는 나나세를 작은 나무 그늘에 기대앉아 바라보며, 부부는 애틋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힌다.
 
"──많이 컸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인 줄 알았는데."
"그거, 나도 기모노를 꿰매고 있을 때 생각했어. 겨울용 기모노도 대물림 받았으니 다시 만들까 싶어."
"너무 무리하지는 마."
"무리하는 게 아니야. 내가 해주고 싶어. 언제까지 해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원래의 병과는 별도로,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나빠질 때마다 미오는 자신의 생명이 깎이는 것을 느꼈다. 병은 조금씩, 확실히, 미오의 몸을 갉아먹고 있다.
 
"……정말로, 등경에 가지 않아도 돼?"
"또 그런다."
 
미오는 웃더니 바람으로 뺨을 간지럽히는 머리를 살짝 귀에 걸었다. 나나세는 그다지 강가에 접근하지 않는 곳에 쭈그리고 앉아 돌을 주워서 살펴보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병약한 미오와는 반대로 좀처럼 열이 나지 않는 강한 아이다. 의사나 산파에게 아이는 금방 열이 난다고 들었는데, 심한 열이 난 적 없이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미오는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가고 싶다고 하면, 갈 수 있어?"
"그건…… 어떻게든 할게. 배만 타면 어떻게든 될 거야."
 
와타루는 등경의 일은 잘 모르지만 일을 하고자 한다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살 곳도 분명 어떻게든 될 것이다.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와타루는 미오를 설득했다.
 
"……"
 
미오는 무언가 생각하듯 먼 곳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와타루는 알 수 없다. 제발 가고 싶다고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와타루는 그 옆모습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생각하게 해줘."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아내에게 와타루는 한숨을 내쉰다. 또 나나세와 둘이서만 가라고 하는게 아닐까 긴장했던 것이다.
 
"반드시, 등경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엄마, 아빠."
 
와타루가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 아이 특유의 높고 맑은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부른다. 돌에 발이 채이며 위태롭게 다가오는 제 아이의 모습에 얼굴이 풀린다.
 
"봐봐~ 이쁘지."
 
나나세의 작은 손바닥에 얹힐 만큼 큰 돌이다. 나나세의 마음에 쏙 들어온 돌은 둥글고도 붉게 빛나고 있다.
 
"정말이야. 예쁘다."
"하나 더 있어."
 
나나세가 반대쪽 손을 열자 연한 하늘색 띠가 들어간 돌이 실려 있었다.
 
"오, 좋은 모양인걸."
 
얇고 깨끗한 타원형의 돌이다. 물수제비를 하면 잘 튀어 오를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줄게."
"괜찮아? 고마워."
 
어머니에게는 붉은빛이 도는 돌을, 아버지에게는 타원형의 돌을 건네준 나나세는 만족한 듯 보였다.
 
"좋아. 나나세, 아버지를 따라와보렴."
"뭐야~?"
 
일어선 아버지를 나나세는 졸졸 따라간다. 와타루는 강가에 서서 나나세에게 받은 것과는 다른 납작한 돌을 주워들었다.
 
"봐봐?"
 
강면에 가능한 평행이 되도록 조약돌을 던진다. 수면을 리듬 있게 튀긴 돌들은 건너편 물가에 도달하기도 전에 기세를 잃고 강물로 떨어진다.
 
"헉! 아빠, 대단해! 잔뜩 깡충깡충 했어!"
 
그야말로 나나세 자신이 조약돌이 된 것처럼 뛰며 기뻐한다. 와타루는 신이 났는지 쭈그리고 앉아 적당한 조약돌을 찾는다.
 
"물수제비라고 하거든? 아까 아버지가 한 것처럼 해보렴."
 
나나세의 손에도 딱 좋은 돌을 건네주니, 나나세는 그 돌을 휘둘러 던진다. 퐁당, 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까운 곳에서 떨어진다.
 
"아빠, 깡충깡충 안 해."
"아하하! 위로 던지면 안 돼. 옆에서 던져야 해. 한 번 더 보렴."
 
와타루는 아까와 똑같이 돌을 던진다. 두 번째는 더 잘 날아갔다.
 
"응!"
 
나나세도 따라 한 거겠지. 일단 옆으로 던지기는 했지만, 그냥 툭 하고 친 것 뿐이다. 당연히 물보라만 치고 풍덩거리며 떨어졌다.
이번엔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며 던져봤지만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풍덩, 풍덩거리며 큰 물소리만 자아낸다.
 
"이제 안 해!"
 
나나세는 동그란 뺨을 부풀리고 토라진다. 와타루는 그 뺨을 찌르며 웃는다.
 
"좀 더 크면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할 수 있어?"
"연습하면. 하지만 강 말고는 돌을 던지면 안 된다?"
"응……"
 
풀이 죽어버린 나나세에게 와타루는 저질러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배고프지? 엄마한테 가서 주먹밥 먹을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나세의 등을 밀어주며 돌아보니,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한 손을 얼굴 앞에 세우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모처럼의 생일인데 우울하게 해?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엄마……"
"잘했어, 나나세. 괜찮아 괜찮아. 금방 아빠보다 잘 할 거야."
 
나나세는 어머니를 꼬옥 끌어안는다. 아내에게 눈총을 받은 아버지는 오로지 나나세의 기분을 풀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이다.
 
 




다음편『단장-8- 토쇼 나나세의 해빙(3)』는【8월4일(일)0:00】갱신 예정!
※ 단장-1- ~ 단장-5-까지의 에피소드는 어플 「망가UP!」에서 열람 가능
※ 「단장-6- 진의 책임」은 소설판 한정으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소설판 구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