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번역/결합남자(結合男子)

[결합남자 번역] Fragments from Dusk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말(7) [完]

제꽃절 2024. 7. 22.

【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七- 浮石三宙の空言(7)
【최신화】 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말(7)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7/misora-fragments6.html
전편 「단장-7- 우키이시 미소라의 빈발(6)」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185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신와 20년──.
 
요코하마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기항한 배에서, 미소라와 사쿠, 에이토 셋은 말없이 내려섰다. 단단한 땅에 발이 닿았음에도 파도에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따라붙었다. 휘청이는 듯한 위화감을 참으며 미소라는 시선을 돌렸다.
방위본부의 배와 비슷한 시기에 입항한 배에서는 요코하마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착잡한 얼굴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뿐이다. 배의 수에 비해 항구에 피난 온 사람들의 수가 적어 보였다.
 
벌써 어디로 가버린 건가?
 
피난 온 사람들이 내리고 있는 배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키이시 소유의 배였다. 그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미소라는 작게 숨을 토해낸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어.
 
요코하마의 침식을 목격했을 때는 그리도 거칠어졌었던 감정이 고요해진 것처럼 조용하다.
오늘 부모님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최근에는 요코하마와 등경을 오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설마 그렇다 하더라도 우키이시 가문의 배가 저렇게나 나와있는 것이다. 분명 도망친 것이 틀림없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도망쳤으면 좋겠는데……
여유가 생기면 일단 확인은 해두자.
그렇게 생각했던 몇 시간 후에는, 미소라는 등경의 저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항만을 관리하고 있는 방위본부 직원의 말에 따르면, 우키이시 가문의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은 모두 우키이시와 관련된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응했던 우키이시 가문 측의 사람은 피난의 상황을 확인하려던 직원에게 그리 말하고 물러선듯했다. 그 때문에 우키이시의 배 주변에는 피난 온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마치, 우키이시 가문이 요코하마를 버린 것 같잖아.
 
미소라는 평소 본가를 피하고 있었던 것도 잊고 저택에 들어갔다. 서양식 건축의 큰 방에는 요코하마 본가에 있던 조부가 무게 있게 앉아있고, 행사에서나 얼굴을 마주했던 것 같은 친척, 회사의 중역들 등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서성이고 있다.
아버지는 없다. 대신 사용인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것이 어머니다. 미소라는 숨도 쉬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다그친다.
 
"어머님!"
"미소라 씨! 아아, 다행이다…… 돌아와 줬군요. 안심하세요. 아버님도 무사……"
"요코하마에 있는 사람들을…… 버렸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어머니는 사모님, 하고 말을 걸어온 사용인들 가볍게 손으로 물리고 미소라에게 따라오라며 걷기 시작했다. 끌려온 곳은 미소라가 사용하던 방이다. 쾌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미소라가 공부하던 책상에 손끝을 두고 눈을 내리 깐다.
 
"아직도 생생하군요. 당신이 이 집을 떠나던 날, 얼마나 괴롭고 슬펐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요코하마에는 우키이시 병원도 있었을 겁니다. 많은 환자가 입원해 있었죠…… 당신들은 그들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 도망친 겁니까!?"
"──어머니가 무사하여 기쁜 것이 아니로군요."
 
어머니는 헝클어진 아게마끼(揚巻)로 묶은 트레머리를 손끝으로 살며시 정돈하면서 천천히 돌아본다. 냉담한 눈에 미소라는 주먹을 꾹 쥔다. 이미 신장은 어머니를 앞질렀는데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을 보세요. 병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누구를 구할 건가요? 누구라면 남겨도 좋다고?"
"그건…… 허나, 도망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어머니는 미소라의 말을 가로막듯 강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전에도 말하지 않았는지. 영웅에 뜻을 둔 자는 쉽게 죽는다고. 당신은 우키이시 가 사람에게 죽으라고 말하는 건가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똑같은 겁니다."
 
단호하게 잘라져 입을 다문다. 어머니는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인데도 위압감에 눌려 뒷걸음질 쳤다.
 
"우키이시의 자가 목숨을 잃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와 하찮은 자들은 목숨의 가치가 다르거든요."
"생명의 가치에 우열은 없어요, 강한 것은 약한 것을 돕고, 이끄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본래 나약함을 돕는 방위본부(당신들은)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무의식적으로 발을 뺀다. 바로 뒤에 있던 문과 부딪힌다.
 
"우리, 들은…… 지헌관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긴급 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데드 마터의 침식이 빨랐기에…"
"꼴불견스러운 변명은 그만두시지요."
"큭!"
 
어머니가 흥, 하고 코웃음을 친다.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며 기모노의 겉옷(袷)을 손으로 누른다. 자세히 보니 늘 빈틈없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트러져 보였다. 요코하마에서 도망쳐왔으니 당연한 것이다.
 
"우키이시 가문은 방위본부를 고소할 생각입니다."
"뭐라고요……?"
"당연하잖아요? 데드 마터로부터 유와노쿠니를 지킨다는 직분도 다하지 못하고 땅을 빼앗겼으니까요."
"그만두세요, 그런 짓!"
 
분노로 어떻게 될 것 같았다. 어머니는 먼지를 막기 위해 흰 천이 씌워져있는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고는, 작게 웃는다.
 
"데드 마터가 요코하마를 덮치던 몇 시간 전, 요코하마 저택으로 요코하마의 방위 지부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만일에 대비해 우키이시 가 병원 환자나 지역 민간인의 피난 유도를 하라는 협조 요청이었죠.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하?"
 
무슨 말을 꺼내는 건가 싶어 미소라는 귀를 의심했다.
 
"데드 마터의 침식이 있는 것을 알리면 혼란은 필연. 예전에도 허탕을 쳤었으니, 정말로 위험한 건지도 모르겠고. 병세가 다른 환자들을 도망치게 하는 건 어렵습니다. 누구를 놓아주던 원망은 생겨나겠죠."
"그러니까, 우키이시 가의 인간들만 도망친 겁니까? 알고 있었는데도 죽게 내버려뒀다고……!"
"우키이시는 방위본부의 수족이 아닌걸요. 그런 요청을 따를 이유가 있습니까?"
"당신! 사람 목숨을 뭘로 보는 거야!"
 
성큼성큼 다가서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고요하다.
 
"어미의 말을 잊었나 보군요. 말했잖아요? 유와노쿠니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 우키이시입니다. 미천한 자들은 모두 길가의 돌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요. 길가의 돌이 얼마나 부서지든 우키이시 가만 남으면 되는 거예요."
"……미쳤어."
"당신 때문이기도 하답니다. 미소라 씨."
"……나?"
"당신이 지헌관이 되지 않았다면 협조도 무시하지 않았을 텐데."
"무슨 말입니까."
"우키이시 가가 지헌관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은 방위본부와 우키이시 가가 결정한 겁니다. 그것을 어긴 건 방위본부였죠? 왜 약속을 어겨진 이쪽이 방위본부를 따라야 하나요?"
"내 탓으로 돌리지 마! 협력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했을지도 모르잖아!"
 
다 죽었다. 의사도, 환자도, 거리의 사람들도, 요코마하 방위 지부에서 신세를 졌던 사람들도 모두 죽고 말았다. 잃어버린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달려오지도 못했던 지헌관이, 우리를 탓할 권리가 있습니까?"
"하."
 
어머니는 힘 있으나 느릿하게 일어섰다. 고요히 다가오는 모습에 순수한 공포가 치솟았다. 겁에 질린 미소라의 눈앞에서 어머니는 웃음을 터트렸다.
 
"미소라 씨는 우키이시 가문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거지요? 방위본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그렇다면, 어느 쪽에 있는 것이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 아닙니까?"
"아니야. 나는……"
"당신이 돌아와 우키이시를 잇겠다고 하면 방위본부의 책임은 묻지 않겠습니다. 간단하죠?"
 
뻗어온 손을 뿌리친다. 눈앞에 있는 것은 괴물이다. 이 우키이시라고 하는 가문은 추악하고 추잡한, 사람의 형상을 한 어떠한 이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싫어. 이딴 집엔 돌아가지 않아! 이런 가문…… 망해버려!"
 
이제야 자신이 있는 곳이라 느끼는 장소가 생긴 것이다. 이런 집에 돌아와 물들여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어머니는 뻗었던 손을 물리고 미소라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렇습니까. 이제 가세요.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
 
이제 1초도 있고 싶지 않았다. 꼬여 넘어질 것 같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저택을 가로지른다 사용인들의 눈이 가문을 잇지 않는 미소라를 몰아세우는 것 같아 두려웠다.
 
"하아, 하아……"
 
집을 떠나던 밤. 돌아본 저택은 검고 크고 무서웠다. 하지만 태양 아래 서 있는 지금은 그 이상으로 역겨웠다.
걸음을 멈추면 붙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미소라는 일심 불란으로 방위본부로 달려갔다.
 
 
 
사사키 사령이 책임을 지고 사임(引責辞任)을 발표한 것은 요코하마 괴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었다. 방위본부는 요코하마 괴멸을 수수방관하고 지켜봤을 뿐이다, 요코하마 주민을 못 본척했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 화살은 가마쿠라 방어전에서의 불안과 울분도 끌어들여 사사키 사령에게 꽂혔다.
방위본부 사람들은 모두 사사키의 사임을 아쉬워했다. 방위본부에 오래 있던 직원이 그렇게 지헌관을 소중히 여기는 사령도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사키는 지헌관을 생각해 주고 있었다.
 
"……사사키 사령."
 
사사키가 혼자 있을 때를 노리고 겨우 말을 건 목소리는 스스로도 한심하다 느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우키이시 가문 때문입니까."
"우키이시 순 2위……"
"우키이시가 뭔가 한 거죠?"
 
사사키는 울 것 같은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그건 아니야. 누군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돼. 그뿐이야."
"하지만!"
"나 하나의 목으로 도민들이 납득한다면 싼 거야. 자네들과는 짊어지고 있는 것이 다르잖아? 자네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나 따위는 그만둔들 어느 구석진 곳으로 쫓겨나는 것이 고작이니까."
"사령……"
 
툭, 하고 두툼한 손이 미소라의 어깨에 올라온다.
 
"부족한 사령이라 미안했다. 유와노쿠니 국민으로서, 너희가 뜻을 다하기를 기원하마."
 
그렇게 떠난 사사키 사령의 부고가 도착한 것은 인책 사임 후 불과 일주일 만이었다.
사사키는 이른 아침, 역 뒤 근처의 수로에 떠다니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다는 점, 음주 흔적이 있었다는 것, 사망한 것이 늦은 밤이었기에 경찰은 술에 취해 발을 헛디뎌 추락한 사고라고 결론 내렸다. 일찌감치 수사는 중단됐다.
사사키라는 한 사람의, 너무나도 허망한 막극이었다.
 
만약……
 
사사키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 혼자 걸으며 미소라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지헌관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많은 목숨이 지금도 잃지 않고 끝냈을까.
우키이시 가문은 요코하마의 방위 지부에 협력해 시민의 피난을 유도하고, 사사키는 그만두지 않아 사고를 당하는 일도 없이 지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탓이야.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난다. 요코하마의 침식을 보고 나서 계속 상태가 나빴다. 다그치듯 발각된 사실이 소화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와버렸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 이은 사사키의 부고다. 몸과 마음이 초췌해진 미소라는 장례식장에서 돌아와 방위본부 기숙사 방에 돌아오자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제복 모자를 벗고, 넥타이를 푼다. 평소에는 좀처럼 입지 않는 정장이다. 이전에 이를 입은 것은 미소라와 사쿠가 방위본부에 온 이후 줄곧 신세를 지고 있던 모루인 모루G가 죽었을 때였다.
고작 일 년 전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시 최악의 기분까지 뱃속에 되살아난다.
 
"……"
 
침대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지난해 요코하마에 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던 미소라는 사쿠와의 싸움 끝에 요코하마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도망친 것이다. 이대로 같이 있으면 언젠가 심한 말을 할 것 같아서──
똑똑, 하고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움찔했다. 마치 일 년 전으로 끌려들어 간 듯한 감각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미소라, 있지? 잠깐 괜찮아?"
 
없는 척을 해도 됐지만 미소라는 문을 열었다. 어느새 벌어진 키 차이로 내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뭐야?"
"최근 상태가 이상한데. 괜찮아?"
"뭐 괜찮아."
 
아아, 선글라스를 쓸걸. 그렇게 생각해도 이미 늦었다. 미소라는 사쿠에게서 눈을 돌렸다.
 
"요코하마는 네가 가장 충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가족들은 무사했지?"
"……뭐 그렇지."
 
안도한 듯 사쿠가 숨을 내쉰다. 계속 무언가 물어보고 싶어 했던 건 그거였던 건가. 미소라는 모자를 쓰고 있었던 탓에 이상하게 뻗힌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쓸어넘긴다.
 
"그런가. 다행이다."
"……"
 
미소라는 입을 다물었다. 다행이다── 기뻐해야 하는 거겠지. 원래는.
사쿠는 미소라의 복잡한 심경도 모르고 말을 이었다.
 
"요코하마의 일은 유감이지만…… 언젠가 데드 마터로부터 요코하마를 되찾게 되면, 네가 재흥하면 돼. 우키이시 가문을 이을 테니까."
"……하?"
 
사쿠가 어설프게 말을 고르고 있다는 건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안이어. 누가 잇냐고, 그딴 가문!"
"미소라?"
 
언성을 높이는 미소라에게 사쿠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예전에 말했었잖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눈빛과 말투. 그 표정, 모두 짜증이 났다.
 
"예전에?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데. 언제까지고 바보처럼 어릴 때 꿈에 매달릴 순 없잖아!"
"읏, 뭔데, 갑자기."
 
사쿠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다. 미소라는 작게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이제 됐어. 너랑 이야기하면 바보가 되니까.
"뭐라고? 무슨 의미야."
 
닫으려던 문을 사쿠가 잡고 막는다.
 
"놔."
"거절한다. 일 년 전에도 그랬지. 그렇게 혼자 멋대로 화내고 있었잖아. 그때 이미 알고 있었지. 모루G가……"
"입 닥쳐."
"역시 그렇군. 또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본가의 일인가? 요코하마 침삭으로 뭔가──"
 
뚝, 하고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워! 모루G가 죽은 게 네놈의 쓸데없는 고집 때문이었다고 말하면 만족할 거냐!?"
"뭐……"
"뭐가 일족의 사명이야. 가마쿠라에서! 승위 시험 때! 네가 얼른 포기하고 나오지 않으니 모루G가 침식 영역에 들어갔잖아! 모루G가 죽은 건 너 때문이야!"
 
사쿠가 숨을 삼킨다. 미소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금방 후회가 밀려왔다.
 
"젠장…… 말하지 않겠다고 모루G와 약속했는데……"
"그때 말하지 않았던 게 그거였군……"
 
사쿠의 목소리는 그다지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걸까. 충격받은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사쿠는 담담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루G가 죽은 것이 내 탓이라면……그렇다면 더욱더 내가 일족의 사명을 다해야 해."
"──하?"
 
미소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쿠의 진지한 눈빛은 미소라를 향하고 있는데,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멍하니 중얼거린다. 미소라가 느낀 것은 공포였다. 일족의 사명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은 어머니의 그것과도 겹쳤다.
 
"사명이니 뭐니,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건데."
"너도 그랬었을 거다. 가문을 잇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 그걸 포기하다니 미친 건가 싶군. 설마…… 우키이시 가문을 잇는다는 사명에서 도망치기 위해 지헌관이 된 건가? 그런 어중간한 이유로?"
 
경멸을 머금은 의심의 눈이 미소라를 노려본다. 미소라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미친 건 너야."
 
문을 막고 있는 사쿠의 가슴을 세게 밀어낸다. 헛발을 딛고 뒤로 넘어질 뻔한 사쿠를 무시하고 미소라는 재빨리 문을 닫는다. 문 저편에서 잠시 사쿠가 서있는 기색이 느껴졌다가, 이윽도 옆의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쾅, 하고 사쿠의 방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린 순간 미소라는 자기 방 문에 등을 기대로 주륵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뭐냐고……"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머리를 싸맨다. 자신을 지키듯이 몸을 작게 웅크리고, 미소라는 가만히 숨을 쉬었다.
 
"절대……"
 
미소라는 방안을 노려보았다. 자체적으로 꾸민 방이다. 미소라만이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절대, 나는 갇히지 않겠어."
 
사쿠나 어머니처럼 가문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겠어.
 
그 대항심과 결의야말로, 더욱더 미소라를 우키이시 가문에 속박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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