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新話】結合男子 -Fragments from Dusk-:断章-九- 塩水流一那の追儺(4)
【최신화】결합남자 -Fragments from Dusk-:단장-9- 시오즈루 이치나의 추나(4)
연재처: https://www.jp.square-enix.com/ketsugou-danshi/news/2024/08/ichiba-fragments4.html
전편 「단장-9- 시오즈루 이치나의 추나(1)」은 이쪽
번역: https://ruppai.tistory.com/229
저자: 아사히 요우(麻日珱)
싱그러운 신록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시든 나무 사이에 누워있던 소년은 훌쩍 일어섰다.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며 걷는다. 몸은 상처투성이에, 진흙투성이다. 한 걸음 폭은 작았고,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 또 나아간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날이 완전히 저물었을 무렵, 소년은 작은 집 한 채에 도착했다. 굴러가듯 안으로 들어가 방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앉는다.
그저 어둠에 묻혀있었다. 소년의 마음은 망가졌고, 기억은 표백되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졸음이 쏟아져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아, 꿈도 꾸지 않고 아침을 맞이한다.
눈을 뜨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지내다 밤의 어둠에 눈을 감는다. 그렇게 낮과 밤을 몇 번이나 보내고 나서, 소년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 채 집 밖으로 나갔다.
참상은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죽은 마을에는 이취가 가득했다. 소년은 그날부터 살과 뼈를 묻는 일만 반복했다. 그것이 누군지는 모른다. 조의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소년을 움직이고 있었다.
걸치고 있던 누더기 같은 옷에서는 시체 냄새가 배어들었다. 빗질도 하지 않은 머리카락은 부스스하게 엉켜 있다. 땅을 계속 파던 손톱은 갈라지거나 뽑혀나갔다.
살과 뼈를 모두 묻은 뒤에는 할 일이 없어졌다. 집안에서 웅크리거나, 마을 안을 유귀처럼 떠돌거나, 둘 중 하나다.
이상하게도 배는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 감각은 더 이상 없다. 그저, 비의 계절이 끝났다는 것만은 요 근래 햇볕의 세기로 알 수 있었다.
그런, 눈부신 아침을 맞이한 날의 일이다.
"아. 있다, 있어."
열린 현관에서 남자가 안을 들여다본다. 소년은 순간적으로 자세를 취했다.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 소년에게 남자는 피식 웃어 보였다.
"뭐,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니까. ……아 그렇지.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구나. 나는 세이류 이자요이. 방위본부의 지헌관이다."
"……"
이자요이라 자칭하며 다가오는 남자를 경계하며 한 발짝 물러서자, 이자요이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시무룩하게 소년을 바라보았다.
"나 기억해?"
기억이고 뭐고, 모르는 인간이다. 소년은 경계심을 강화해 길게 자란 앞머리 사이로 이자요이를 노려보았다.
"기억 못 하나. 뭐, 그 편이 더 편하긴 해."
쿡, 하고 남자는 목 안으로 웃는다.
"시오즈루 이치나. 너는 내 것이야. 알겠지?"
"──이치, 나?"
목소리라고도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심하게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그 이름은 기억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네 이름이야. 나는 널 방위본부로 데려가기 위해 왔어."
"방…이, 본,부."
"그래. 여기 있어봤자 어쩔 수 없잖아? 같이 가자."
어느새 눈앞에 와 있던 남자가 손을 내민다. 상처투성이의 커다란 손이다.
"……그건 그렇고 지독한 냄새네."
이자요이는 얼굴을 찡그리고는, 이치나를 번쩍 안아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치나가 눈을 희번덕거리는 사이에 근처에 있는 강으로 내던져져 거칠게 머리가 씻긴다. 흠뻑 젖은 이치나를 데리고 민가를 물색한 이자요이는, 몸을 닦기 위한 깨끗한 천과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모노를 찾아 입히고는 일을 끝낸 듯한 얼굴을 했다.
"좋~아. 조금은 나아졌지?"
"……"
다 끝났을 즘 이치나는 축 늘어져 있었다. 저항을 해봐야 허무했고, 전부 넘겨져 억압되면 손도 발도 쓸 수 없다. 어른과 아이 사이의 체격 차이는 무시 못 하는 것이다. 이길 수도 없었다.
"원래라면 전이 장치라는 편리한 걸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부서져버렸지 뭐야."
그래서 착실하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며 이자요이는 당연하다는 듯 이치나를 데리고 마을을 나갔다.
마을에서 멀어져 갈 때마다 "기척"이 늘어 갔다. 그것은 새의 지저귐이나, 매미가 격렬하게 우는소리라거나. 마을에 있었을 때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차례대로 귀에 흘러들어 와 이치나는 혼란스러웠다.
작은 생물의 기척뿐이라면 아직 괜찮았다. 문제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갔을 때였다.
마치 머리에서부터 가슴, 뱃속까지 마구 휘젓는 듯한 격한 충동에 이치나는 몸을 웅크렸다. 흉포한 무언가가 몸 안에서 날뛰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위험한데."
이치나의 이변을 깨달은 이자요이는 사람이 없는 산속에 이치나를 들쳐업고 갔다.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날뛰면 돼."
그 후의 일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치나는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주위에는 탈색된 나무들이 가지가 부러지거나, 잎을 흩뜨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이자요이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잘 날뛴 거 같네."
이치나는 양손을 내려다본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은 충동은 확실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뱃속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이대로면 조금."
이자요이는 생각에 잠기듯 턱을 괸다. 반쯤 허탈해 있던 이치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방위본부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가지 가르쳐 줄게."
그때부터 이동은 밤이 됐다. 낮에는 절반 정도를 수면에 썼고, 거기서 절반을 이치나가 "힘"의 제어를 몸에 익히는 훈련에 맞췄다. 이따금 이자요이가 마을에 내려가 식량을 구해오는 것 외에는 거의 마을에 접근하지 않았다.
이치나에게 힘을 다루는 법이나 싸우는 법을 가르치면서 이동은 지지부진했으니, 등경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추위에 얼 필요가 없는 여름이었다는 것이 마침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치나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았다.
캄캄한 바다 위에서 등경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다. 아직 멀었다. 아직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자 이치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 가자."
"……"
이자요이에게 재촉당해 등경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넌다. 밤의 어둠을 틈타 거리를 빠져나간다. 밤인데도 인기척이 너무 많았다. 여기저기 파괴 대상을 발견해 기뻐하는 것처럼, 이치나 안의 파괴 충동이 들쑤셨다.
무심을 유지하며 이자요이를 따라간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그저 이자요이의 등을 쫓았다.
"여기서라면 마음껏 날뛰어도 돼."
방위본부에 도착해 곧바로 안내된 곳은 지하 감옥이었다.
이제, 한계였다. 감옥의 문이 닫힌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바탕 날뛰다가 잠잠해졌을 무렵, 그림자를 지고 이자요이가 나타났다. 그 뒤로 다른 인간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어둠 때문에 얼굴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진정한 것 같네. 그럼……"
이자요이가 이치나를 내려다본다. 노란 눈에 불빛이 반사돼 번쩍번쩍, 위험한 빛을 발하고 있다.
"한마을의 주민을 몰살시킨 죄는 극형에 이른다."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한다. 고향에서의 길에서 보이던 얼빠진 모습과는 다른 목소리의 무게를 피부로 느꼈다. 동시에, 이 님자는 단죄를 하기 위해 이치나를 이곳까지 데려왔음을 깨달았다.
……지금 와서?
이자요이의 생각을 모르겠다. 이치나를 단죄하려면 중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방위본부로 데려오면서까지 단죄를 늦춘 이유는?
살피듯 돌아보니, 이자요이는 쿡, 하고 웃었다.
"골라라. 시오즈루 이치나. 여기서 죽을지, 아니면…… 데드 마터와 싸울지."
"나는……"
갑자기 코 안쪽에 썩은 냄새가 되살아났다. 나뒹굴고 있던 많은 시체들. 그것이, 이자요이가 말하던 몰살당한 주민일 것이다.
내가, 죽인 건가……?
이치나가 깨달은 것에 환희하는 것처럼 파괴 충동이 목 안쪽까지 다가왔다. 이치나는 턱에 힘을 주고 이를 악 물었다.
이 몸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무언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치나는 이자요이를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빛으로 이자요이는 이치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치나는 자신의 마음에 물었다.
살고 싶은가── 모른다.
죽고 싶지 않은가── 모른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이치나에게는 데드 마터와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힘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치나는 각오와 체관(諦観)을 가두듯 눈을 내리깔았다.
"데드 마터와 싸운다."
이치나가 대답하자 이자요이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요이 뒤에서 숨을 참고 있던 누군가가, 한 번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멀어져 가는 사람의 기척을 한 번 돌아보자 이자요이는 슬쩍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걸로 녀석도 일단 납득했겠지."
누구냐고 물었더니 상사라는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이제 와서 죄를 물은 것은, 이치나의 의사를 상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치나. 약속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부숴도 된다고 말한 것만 부숴.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
이치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그저 이자요이를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이치나에게 주어진 것은 순의 지헌관이라는 신분이었다.
어둑한 지하 감옥은 여름에도 서늘하게 지내기 쉽다. 밤과 어둠에 익숙해진 이치나에게는 안정된 장소가 될 것이었다.
시끄러워……
이치나는 두 귀를 막았다.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과민해진 신경은 지상에 있는 사람의 기척을 집어 올려 이치나를 진정시키지 않게 만들었다. 검사를 위해서라며 이자요이에게 끌려온 직원에게 위협적인 태도를 취해 버린 것도, 신경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게 만들었지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다면 그 편이 좋았다.
하지만, 이치나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는 그 생각을 비웃듯 이치나의 자아를 쌔카맣게 물들였다. 정적이 가득한 마음속을 흉악한 규환(叫喚)이 휘젓는 것처럼 삐걱거린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 파괴하고 싶어졌다. 실제로 몇 차례 파괴 충동에 폭주한 적도 있었다.
지하 감옥 구석에서 작게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다──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이치나의 곁에ㅡ 어느 날 이자요이가 찾아왔다.
"이치나. 이거 써."
고개를 든 이치나의 코끝에 문득 담배 냄새가 다가왔다. 이자요이가 이치나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운 것이다.
"이걸로 네가 내뿜는 가스는 거의 억제돼."
위화감을 느껴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이자요이는 이치나의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자…… 준비도 됐겠다."
이자요이는 쭈욱 몸을 펴고 일어섰다.
"이치나, 슬슬 날뛰고 싶지 않아?"
"……"
이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이라도 날뛰려는 듯 무언가를 부수고 싶어 못 견디겠는 마음이 뱃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긍정하는 이치나에게 그렇겠지, 라며 이자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 장소로 데려가 줄게."
이자요이는 그리 말하며 어둠에 감싸듯 웃었다.
다음편『단장-9- 시오즈루 이치나의 추나(5)』는【9월1일(일)0:00】갱신 예정!
※ 단장-1- ~ 단장-5-까지의 에피소드는 어플 「망가UP!」에서 열람 가능
※ 「단장-6- 진의 책임」은 소설판 한정으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소설판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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